지난번 포스팅 '호주를 멈추게 하는 멜번컵'과 연관된 암살당한 비운의 경주마 파랩(Phar Lap)에 대한 내용입니다.
'호주를 멈추게 하는 멜번컵'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포스팅 참고하세요.
1930년 멜번컵 우승한 호주 명마 파랩(Phar Lap).
파랩(Phar Lap, 1926 ~1932)은 호주와 뉴질랜드 국민들이 영웅처럼 떠받드는 경주마로 미스터리한 죽음으로 더욱 유명해진 비운의 명마입니다.
마치 영화와도 같은 파랩의 기구한 삶과 죽음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1926년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파랩은 호주의 조교사 해리 텔포드(Harry R. Telford)의 눈에 들어 단돈 160기니(약 30만 원)에 팔립니다.
파랩을 본 미국인 마주 데이비스(David J. Davis)는 텔포드에게 불같이 화를 냅니다.
비쩍 마른 데다 얼굴은 사마귀로 덮여 있고 걸음걸이도 이상해 볼품없었기 때문입니다.
텔포드는 화가 난 마주를 달래기 위해 위탁관리비를 한 푼도 받지 않고 파랩을 맡겠다고 합니다.
마주로부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던 파랩은 막상 호주 경마대회에 데뷔하자 대활약을 펼칩니다.
파랩이 승승장구하자 이를 방해하려는 멜번의 폭력배가 훈련 중인 파랩에 총을 쏩니다.
하지만 총알은 빗나가고 며칠 후에 파랩은 전 세계적인 경마대회 멜번컵에서 1930년 우승하게 됩니다.
멜번컵 대회를 제패하며 몸값의 400배가 넘는 6만 6 천기니(약 1억 2천7백만 원)의 상금을 받습니다.
파랩이 호주 경마 계를 제패하자 마주 데이비스는 북미대륙을 정복하겠다는 야심을 불태웁니다.
1932년 데이비스는 북미 원정을 반대하는 텔포드 대신 우드콕(Tommy Woodcock) 조교사에게 파랩의 원정 경주를 맡깁니다.
당시엔 배로 이동해야 됐기 때문에 긴 여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멕시코의 아구아 깔리엔떼 경마장에서 가진 북미 데뷔전에서 파랩은 경주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우승합니다.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파랩은 곧 북미대륙을 평정할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멕시코 대회 우승 후 미국 캘리포니아 목장에서 편히 쉬고 있던 파랩은 갑자기 피를 토하며 괴로워하다가 죽습니다.
파랩이 죽기 전에 우드콕 조교사의 연락을 받고 수의사가 달려왔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때 파랩은 겨우 다섯 살이었습니다.
파랩은 죽지 않았다면 미국 경마 역사가 달라졌을지 모릅니다.
부검을 해보니 파랩의 위장과 내장이 심하게 손상되어 있었습니다.
파랩이 독살됐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지만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파랩의 죽음을 둘러싼 온갖 추측과 음모론이 생겨났습니다.
새로운 강자가 등장하자 미국 경마관계자들이 외국산 말에게 챔피언 자리를 빼앗길 수 없다며 살해했다는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파랩이 살충제가 묻은 풀을 먹었다는 설, 급성 위장염에 걸렸다는 설, 독성이 있는 강장제를 너무 많이 먹었다는 설 등이 분분했습니다.
대부분의 호주와 뉴질랜드 국민들은 파랩의 출중한 능력을 두려워한 미국인들이 죽였다고 믿었습니다.
파랩 사후 76년이 지난 2008년 독살설을 강하게 뒷받침하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호주의 과학자들이 파랩의 갈기 여섯 가닥을 최신 방사광 가속기로 분석했더니 갈기 전체에서 상당한 양의 비소 성분이 검출된 것입니다.
연구에 참가했던 켐프슨 박사(Dr. Ivan Kempson)는 파랩이 죽기 30~40시간 전에 대량의 비소가 체내에 투입됐다고 발표합니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독살설이 다시 부글부글 끓어 올랐습니다.
범인으로 의심받고 있는 것은 미국의 갱들이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 불법 사설경마 사업을 하고 있던 갱들이 파랩으로 인한 손실을 우려해 살해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고 사실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살해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파랩은 생전에 51전 37승 승률 72.5%를 거뒀는데 심장이 다른 말의 1.5배에 달하는 6.2kg의 강심장으로 밝혀졌습니다.
파랩은 박제돼 멜번 박물관에 전시돼 있으며 골격은 뉴질랜드 테파파 통가레와 박물관(Te Papa Tongarewa)에 심장은 호주 국립박물관에 있습니다.
전기와 소설이 출판되었고 1983년엔 영화화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호주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 있어 초콜릿 등 많은 제품에 파랩이라는 상품명이 쓰이고 있습니다.
비운의 명마 파랩은 죽은 지 9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호주와 뉴질랜드 인들의 가슴에 진한 연민으로 남아있습니다.
네이버카페 아이러브호주 방문하시면 더 많은 자료와 정보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호주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드니 하버브릿지 건설과정 (0) | 2021.01.22 |
---|---|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건설과정 (0) | 2021.01.15 |
호주를 멈추게 하는 멜번컵 (0) | 2020.12.12 |
네드 켈리: 호주 철가면 (0) | 2020.12.05 |
도둑맞은 세대 (Stolen Generation), 토끼 울타리 (Rabbit Proof Fence) (0) | 2020.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