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를 멈추게 하는 멜번컵

호주 멜번컵 카니발(Melbourne Cup Carnival) 축제기간 중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멜번컵 대회는 매년 11월 첫째 주 화요일 오후 3시에 세계 각국의 명마들이 3,200미터의 경마장 코스를 질주하는 승마 경기입니다.

세계 경마 대회 중 가장 수준 높은 행사 중의 하나로 1861년부터 매년 한해도 빠짐없이 160년의 긴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당시에는 2마일(3218m) 경기였지만 1972년부터 3,200m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당시 금시계 1개와 170만 파운드 상금을 걸고 17마리의 경주마가 첫 레이스를 펼친 멜번컵 대회는 이제 세계 최고의 경마대회로 발돋움했습니다.

빅토리아주 공식 공휴일로 레이스가 펼쳐지는 동안 호주 전역은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레이스에 눈과 귀를 기울이는 광경을 연출합니다.

호주 전역 베팅액은 약 1억 달러(한화 800억)를 상회하며, 뉴질랜드에서도 약 1천만 달러가 베팅됩니다.

1회 대회 우승마인 아처(Archer)는 멜번컵에 참가하기 위해 뉴사우스웨일즈(NSW: New South Wales) 주 나우라(Nowra)에서 장장 850km를 걸어 멜번 플레밍턴까지 왔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1회 대회는 단 4천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펼쳐졌고 경주마 두 마리가 경주 도중 넘어져 죽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우승마인 아처(Archer)는 당시 2마일의 트랙을 3분 52초 만에 달렸으며 2회 대회 때도 우승하면서 2년 연속 우승하게 됩니다.

아처(Archer)의 마주는 3회 대회 때도 출전을 하려 했으나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3회 연속 출전에 3회 연속 우승 도전에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아처(Archer)가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많은 마주들이 경주를 포기하였고 때문에 3회 대회는 7마리만 경주에 참가해 멜번컵 역사상 가장 소규모로 진행된 경주로 기록되었습니다.

1985년에는 니콜 키드먼 주연의 'Archer's Adventure'라는 영화가 제작되어 멜번컵 1회, 2회 대회 우승마 아처의 명성을 영화로 기리기도 하였습니다.

세계적으로 뛰어난 명마들이 멜번컵에 참가하기 위해 해외에서 호주로 운송되어 오는 경우가 많은데 심한 경우 운송 도중 말의 몸무게가 20kg 정도 빠지기도 합니다.

우승마에게는 말 소유주, 조교사, 기수 모두에게 엄청난 경제적 수익은 물론 명예도 함께 따릅니다.

따라서 한번 우승한 말뿐만 아니라 조교사, 기수는 후에 명성에 걸맞은 후한 대우를 받습니다.

세계 최고의 경기인만큼 상금도 만만치 않습니다.

2020년 총상금은 800만 호주달러(한화 약 64억)입니다.

상금의 85%는 마주가 가지고, 10%는 조교사가 기수는 5%만 가진다고 합니다.

멜번컵의 또 하나의 상징이 바로 트로피인데 순금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트로피 가격이 12만 5천 달러라고 하는데 물론 이 트로피는 기수가 가져가게 됩니다.

2020년 대회는 코로나 사태로 160년 만에 처음으로 무관중으로 경기가 진행되었고 우승 후보군에 없던 트와이라이트 페이먼트(Twilight Payment)가 우승하였습니다.

2015년 대회에서는 사상 첫 멜번컵 우승 여성 기수가 탄생되었고, 2014년 펼쳐진 154회 대회에서는 독일 경주마 '프로텍셔니스트(Protectionist)'가 우승하였으나 꼴찌로 들어온 강력한 우승후보 일본의 '어드마이어 랙티(Admire Rakti)'와 7위로 들어온 '아랄도(Araldo)'가 레이스를 마친 직후 숨을 거두는 역대 최악의 비극이 발생했던 것입니다.

마구간으로 들어간 직후 일본의 국보급 경주마 어드마이어(Admire Rakti)는 급성 심장마비로 숨이 멈췄습니다.

아랄도(Araldo) 역시 경주를 마친 후 다리가 부러졌고 결국 안락사됐습니다.

2013년의 제153회 대회에서는 우승마 '피오렌트(Fiorente)'의 기수 데미엔 올리버(Damien Oliver)가 멜번컵 3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음과 동시에 멜번컵 대회 사상 처음으로 우승마의 여성 조교사가 탄생돼 화제가 되었습니다.

2012년 대회에서는 유례없이 많은 유럽의 최고가 '명마'들이 참가하면서 군웅할거의 구도가 펼쳐졌지만 멜번 출신의 기수 브렛 프레블(Brett Prebble)이 탄 호주 산 '그린 문(Green Moon)'이 대이변의 역사를 썼습니다.

또한 '그린 문(Green Moon)'의 마주인 로이드 윌리암스(Lloyd Williams)는 멜번컵을 무려 네 번째 들어 올리는 대기록을 수립합니다.

2011년 대회는 당시 역사상 유례없는 '갈기 차' 승부 끝에 프랑스의 두나든(Dunaden)이 우승을 차지해 화제가 됐습니다.

행사가 펼쳐진 멜번 플레밍턴 경마자의 13만여 관중이나 TV 앞에 모여든 수억의 전 세계 경마팬들은 물론이고 카메라로도 판독이 힘들 정도의 명승부가 펼쳐졌습니다.

"역대 가장 근접한 승부였다."라고 주최 측이 공식 발표할 정도였던 2011년 대회의 우승마는 정밀 카메라 판독을 통해 가려졌습니다.

특히 우승마 두나든(Dunaden)의 기수 크리스토프 르메어(Christophe Lemaire)는 당초 기수로 예정됐던 크레이그 윌리암스(Craig Williams)가 출전 정지를 당하자 급하게 대타로 투입됐으며 대회가 펼쳐지기 전날 활동 중이던 일본에서 호주로 입국해 대회에 투입됐으나 생애 최고의 영예를 누리게 돼 더욱 화제가 되었습니다.

멜번컵의 또 다른 볼거리는 드레스코드입니다.

이 전통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드레스코드에 관해 매우 엄격하게 적용하기 때문에 티켓을 구매하였더라도 드레스코드가 만지 않으면 참석이 불가능합니다.

플레밍턴 경마장 안팎에는 모자와 드레스로 한껏 멋을 낸 여성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베스트 드레스 콘테스트도 열리는데 개성을 살린 특별한 드레스와 모자를 입은 사람에게 선정됩니다.

멜번컵 카니발에는 경마대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4일 동안 독특한 레이스가 열리면서 일주일 넘게 도시 전체에 축제 분위기가 흘러넘칩니다.

스포츠, 패션, 음식, 엔터테인먼트가 주목을 받으며 세계의 시선이 멜번에 집중됩니다.

축제기간 거의 모든 바, 레스토랑, 카페, 상점, 백화점에서 멜번컵과 관련된 이벤트를 엽니다.

1930년 멜번컵 우승한 비운의 명마 파랩에 대한 내용은 포스팅 참고하세요.

암살당한 비운의 경주마 파랩 (Phar L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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